기록결과물
활동 후기
#배영욱
해방촌의 지난 이야기들이 얼마나 흥미롭고 가치있느냐를 논하기 전에
해방촌의 이야기를 모은다는 주제에 동네 사람들이 이렇게 모인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기도 하고 어쩌면 오늘날의 해방촌 사람들의 이 에너지가 가장 큰 연구대상인 듯하다.
물론 나의 관심주제는 지금의 해방촌의 경관과 사람들을 형성한 지난 관련 제도와 그에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필지 변화를 추적하는 것이었지만, 또 다른 나의 주제는 우연히 해방촌의 이야기 모음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만난 동네 사람들의 관계를 연결할 느슨한 연대의 고리는 무엇일까 하는 것이 또 다른 관전 포인트였다.
필지변화를 추적하는 것은 관심사 같았던 재인이와 결정적 제보를 해주신 어르신을 만난 덕분에 내가 노력한 것 보다는 훨씬 많은 것들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해방촌의 양성화 과정과 주택개량과정을 꼼꼼히 기록한 황종수님과 이후 자력재개발의 과정을 일러 주신 이순이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바쁘고 연락이 어려운 나를 챙겨 주신 박은영 언니 감사합니다.
누군가가 오래 긴 길을 가기 위해서 행낭을 가볍게 꾸린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수집단 활동과 기획단 활동을 같이하는 것이 좀 힘들었던 개인이 생각하기에
우리가 오래 긴 길을 가기 위해 너무 계획을 꼼꼼히 세운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지역의 공동체가 오래 긴 길을 가기 위해 무엇을 갖추어야 하는지는 두고 두고 생각해봐야 할 과제인가 봅니다.
이 모임을 이끄느라 고군분투하셨던 여러분들 수고하셨습니다.
#오재인
해방촌 마을기록단을 처음 알게되었던 7월은 제가 막 대학원 석사논문을 마무리하던 시점이었습니다. 당시 해방촌의 과거와 현재를 기록하는 마을기록단을 모집한다는 문구를 경리단 지하보도에서 본 순간 ‘아 이건 내가 꼭 해야겠다. 논문이 다 끝나가니 마음 편히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제가 논문을 계속 쓰고 있던 시점이었다면 쉽게 수집단 활동에 지원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참여한 마을기록단 프로그램은 제가 폭넓은 연구를 학습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저 스스로 자료를 찾으면서 학습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연구를 지켜보면서 학습하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연구에 대한 사고의 확장의 측면에서 볼 때 다른 사람들의 주제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이러한 연구도 할 수 있겠구나. 이 연구는 이러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었던 점이 더욱 뜻 깊었던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저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해방촌 주민들의 마을기록에 대한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프로그램을 처음에 신청하신 분들 중 일부가 부득이하게 자료수집 진행을 그만두셨으나 초기에 프로그램에 대한 주민 및 해방촌 관련된 사람들의 관심은 매우 대단했습니다. 프로그램에 대한 물질적 보상이 따로 있다고 명시된 것도 아니었는데 마을기록단에 참여하기 위해 또는 관련내용을 듣기 위해 찾아오신 분들의 열정은 도시·조경을 공부해왔던 저에게 주민들을 통한 bottom-up(상향식) 커뮤니티 계획 또는 도시재생이 효과적으로 실현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주었습니다.
정부·언론·관련기관이 따로 마을의 기록을 수집하지 않아도 주민들에 의해서 마을기록의 수집이 가능한 프로세스 자체도 매력적이었지만 이러한 프로세스에 부응하는 사람들의 행동이 더욱 멋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프로세스 및 프로그램의 지속가능성이 앞으로 더욱 중요시되어야하며 지속성을 이루어나가기 위한 주민 및 이해관계자들의 참여 및 관심이 더욱 증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해방촌에서 지속되고 있는 모임인 ‘남산골 해방촌’과 ‘4평학교’ 그리고 이번에 함께한 ‘해방촌 마을기록단’ 등 해방촌 관련된 마을 프로그램이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해당 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분들이 마을에 보여주시는 관심과 열정은 주민주도의 마을 커뮤니티 활동이 지속가능하도록 하는 원동력으로서 오늘날의 도시사회 및 커뮤니티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활동들이 해방촌 내 그리고 해방촌 외 다른 커뮤니티들에서도 확산되기를 기대하며 저 또한 활동들이 확산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끝으로 이러한 프로그램을 계획해주시고 이끌어주신 기획단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함께 했던 배영욱 선생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서로 비슷한 관심주제를 가진 배 선생님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너무 반가웠고 선생님을 통해서 제가 배울 수 있던 점이 많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