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결과물
활동 후기
대한민국 거주 외국인이 200만 명에 육박한다는 소식, 그러나 이에 따라 마음의 문을 더 닫고 있다는 한국인 관련 기사가 서글프게 다가왔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뺏어가고, 범죄율을 높인다는 댓글들이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단순했다. 뉴스를 통한 실상 파악을 넘어, 내 이웃 이주민을 향한 ‘행동’으로 옮기고 싶다는 작은 바람에서 출발했다. 다문화 자녀 중 90%가 대한민국 국적을 소유하고 있다. 어엿한 대한민국 국민. 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 함께 숨 쉬고 있다. 나 그리고 우리.
‘우리’는 내 주변 이주민들에게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는가. 이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해방촌 나눔의 집을 찾았다.
9월에 나눔의 집 예배에 발길을 들였고, 10월에 그 인연을 토대로 한국어 교사 자원봉사를 하며 이웃 다문화 자녀를 만났다. 맺은 연을 이어서 11월엔 한 다문화 자녀의 장래희망을 들을 수 있었다. 이들과 눈을 맞추고 그들의 천진한 웃음소리에 귀 기울였던 시간은 평온하고 소중했다. 이주민은 다른 민족이라는 시야를 깨고, 그냥 내 이웃이라는 걸 다시금 느꼈다.
한글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동안, 나는 이름이 긴 선생님이었다. ‘김 기억니은디귿 선생님’. 내 이름도 제대로 기억해주지 않는 녀석을 보기 위해 매주 일요일 이곳으로 향해온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거창한 이유는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내가 매주 해방촌 이야기에 들어설 때, “선생님~”하고 큰 소리로 외치며 나에게 와락 안기는 꼬마 친구가 뭉클하고 따스하다.
처음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내 바람은 그대로다. 지금 나의 친구는 내 허리춤에 닿을락 말락 하지만, 어느덧 훌쩍 커서 나를 내려다보는 지경에 이르러서도. 우리의 우정이 변함없기를. 지금처럼 우리 만남 이어가기를. 그리고 그때쯤이면 기억니은디귿 말고 세상사는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